최면으로 숨은 기억을 찾는다
지난 해 9월 괴한들에 납치됐다 극적으로 탈출한 여배우 이지현. 경찰은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자 이지현의 납치범 검거를 위해 사건 당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최면수사를 실시했다. 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와룡산의 '실종 개구리 소년 5명'에 대한 수사에서도 제보자를 상대로 사건 관련 기억을 찾아내기 위해 최면수사가 동원되는 등 최근 정신적인 기법인 최면을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최면의 활용도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적지않다.
범죄 수사에서 최면
강력 또는 실종사건에 최면을 활용하는 것은 범죄 피해자 및 목격자가 심리적,정서적 충격 그리고 시간의 경과로 인해 사건 관련 내용을 기억할 수 없을 때 주로 사용된다. 최면을 통해 대상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킨 뒤 목격 당시의 상황적,심리적 특징을 되짚어 사건 관련 내용을 회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최면은 일반적으로 대상자의 활동성이 감소된 상태일 뿐 의식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식이 고도로 집중화된 상태로 볼 수 있다. 범죄 수사에서 최면은 대상자를 사건의 내용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의식이 유도된 주의 집중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 수사에서 최면은 피해자 및 목격자 만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범죄의 혐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최면은 의식이 고도로 집중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거나 상황을 조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면은 어떻게 이뤄지나
최면은 대상자를 최면상태에 쉽게 몰입하도록 최면 유도문을 사용한다. 최면 상태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의식을 보이며,운동 지각 기억 사고 상상 등의 여러 심리학적 활동,뇌파,위장,순환기 및 자율신경계 등의 생리학적 활동의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최면으로 인해 인간의 모든 기억이 생생해지고,당시 상황에 대한 완벽한 진술이 가능하지는 않다. 최면은 대상자와 최면을 거는 사람간의 상호작용으로 일방적인 최면지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면은 자신이 원하더라도 잘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대상자가 최면을 거는 사람을 불신하거나 충분한 동기가 없으면 걸리지 않는다.
최면에 대한 편견
최면은 일부 대중매체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수준으로 까지 왜곡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오해와 편견이 깊다.
최면에 대한 편견 중 첫번째는 수면과의 유사성 여부. 결론적으로 최면은 수면 상태가 아니다. 최면은 생리적인 과정에서 활동이 느려지고,근육이 이완되고,호흡이 느려지는 점 등 수면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의식은 깨끗한 상태이다.
현재 진행중인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각은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최면이 심화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약한 사람만이 최면에 잘 걸린다든지,일단 최면에 걸린 이상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최면은 상호작용으로 어떻게든 최면을 거부할 경우 최면상태가 되지 않는다. 지극히 반응에 민감한 사람이라도 내키지 않는다면 최면을 거는 사람의 암시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병 환자들의 경우 환각,망상 등 최면을 거는 사람과의 신뢰성 형성의 어려움으로 일반인에 비해 최면에 반응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최면과 건강과의 관계도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 최면 자체는 건강에 해롭지 않지만 적합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비윤리적으로 최면을 거는 경우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무지 등으로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최면으로 정확히 과거사를 기억해 낼 수 있을까. 현재 첨예한 쟁점 중 하나이다. 이는 기억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모든 기억이 컴퓨터처럼 정확히 저장될 수 있는지,아니면 자신의 경험을 액면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여러가지 왜곡,오류 또는 선별된 형태로 기억하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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